2007년 09월 29일
저널리즘 정신

한 컷이라도 더…" 그는 카메라를 놓지 못했다
미얀마서 숨진 日영상 저널리스트 나가이 겐지씨
미얀마 정부군의 반정부 시위대 무력 진압 과정에서 숨진 일본인 영상 저널리스트 나가이 겐지(長井健司ㆍ50ㆍ사진)씨. 분쟁지역 취재 전문가인 그는 군인들의 총에 맞고 쓰러져 목숨을 거둘 때까지 오른 손에 든 소형 비데오 카메라를 놓지 않고 긴박한 민주화투쟁의 현장을 전하려 해 보는 이를 숙연케 했다.
그는 일본 최초의 분쟁지역 전문뉴스 프로덕션인 APF의 계약기자로서 미얀마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25일 양곤에 도착했다.
당시 태국 방콕에서 별도의 취재를 하고 있었지만 미얀마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자원해서 현장으로 달려갔다. “미얀마의 정세가 악화해 앞으로 커다란 정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6일 일본 민간방송을 통해 미얀마 상황을 전하기도 한 그는 숨지기 전인 27일 낮 “지금은 비교적 조용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거리 상황을 확인하면서 취재를 계속하겠다”는 보고를 남긴 후 연락이 두절됐다.
양곤의 중심부인 술래 파고다 주변 거리에서 시위 상황을 취재하던 중 총탄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시위에 참여했던 미얀마인 목격자는 “그는 쓰러져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열심히 비디오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시위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총알이 가슴을 관통하는 치명상을 입어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일본 에히메(愛媛)현 출신으로 독신인 그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분쟁지역의 최전선을 누벼 온 베테랑 저널리스트이다.
“누구도 가지않는 곳에 누군가가 가지않으면 안된다” “긴급사태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일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그는 전쟁의 참화와 질병 등 비참한 재난에 고통받는 약자의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전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이라크 소년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의 인간됨됨이를 잘 알려준다. 2003년 초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이라크 소년이 그의 지원활동 덕분에 일본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라크전쟁이 터지자 그는 소년의 병이 악화할 것이 걱정돼 직접 의약품 등을 갖고 이라크를 찾아가 소년의 가족에게 전달했다. 그와 소년과의 교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소형 비디오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위험지역을 달렸던 그는 정의감이 강하고, 정이 많으며, 농담도 잘하는 멋진 사람이었다”며 애도했다.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나가이 겐지 기자가 오른쪽 가슴에 무장 군인이 발포한 총탄을 맞고 한 손에 카메라를 움켜 쥔 채 쓰러져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 로버트 카파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사진이 충분하게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다."
미얀마에서 사망한 나가이 겐지씨의 기사를 읽고 순간 멍한 느낌을 받았다. 죽어가면서까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은 겐지씨..
지금 미얀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 간간히 뉴스에서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의 비인권적인 폭력행위를 보긴 했지만, 별 관심도 별 감흥도 없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눈도 그랬을려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내 살길이 바쁜 이 시대에 미얀마에서 폭동이 일어나든 무력으로 시민들을 진압하든 뭔 상관인가..
“누구도 가지않는 곳에 누군가가 가지않으면 안된다” 이렇게도 삭막한 세상에 겐지씨는 소형카메라를 들고 미얀마로 갔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까지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간은 위대하다. 신념이 있는 한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다. 나 역시 카메라를 만지고 영상을 찍지만 아르바이트 도구로서 그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이다. 항상 달콤한 말을 지껄이는 내 입이 부끄럽다.
겐지씨 같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 세상이 버텨가고 있는지 모른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by | 2007/09/29 02:40 | Dail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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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까.
사명감? 신념? 의무감?
나 역시 누구도 가지 않는 곳에 가보려 했지만
내 그릇이 너무나도 작음을 알기에 그릇을 키우거나 생각을 바꾸거나.
둘중 하나. 항상 어려운 문제지.